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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일상과는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인도의 타지마할은 동서남북 어디서 보아도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정교한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건축물을 위해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동원해서 제작합니다. 이를 위해 22년 동안 2만여명의 인부들이 동원되었고 값비싼 보석들과 대리석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라의 재정이 흔들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건물 곳곳에는 착시효과를 주어 기둥이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곧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건물 내부도 세밀하고 정교한 아름다운 장식들을 볼 수 있습니다. 

    타지마할은 사랑의 건축물입니다. 황제가 타지마할을 지었던 이유는 사랑했던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했던 아내가 죽자 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무덤을 짓고자 했고 그것이 최고의 궁전으로 남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건물이 완성되고 난 이후 더 이상 아름다운 건축물이 없도록 황제는 인부와 건축가들 2만 명의 손목을 전부 잘랐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단지 무덤인데도 황제는 왜 그렇게까지 완벽한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잔인하게 사람들의 손목을 잘랐을까요? 도대체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에서 우리는 다양한 것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왜 예술을 좋아하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과학자들이 접근하는 방법은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을 뇌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을 연구하는 과학자, 신경 미학자 세미르제키는 색에 따른 감정 등 다양한 시각적 분야를 연구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깁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누구나 아름다움을 느끼듯 사람이 생각하는 아름다운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비슷한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뇌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 항상 반응하는 영역이 있는데 눈 뒤쪽에 위치한 내측 안와전두엽이라는 곳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곳은 또한 보상과 기쁨을 느끼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발달한 전두엽 부위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판단하고 쾌락의 경험을 구성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쾌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 아름답다고 느낄수록 내측 안와전두엽은 더 크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 반응을 양적으로 측정이 가능한데 주관적인 경험을 양적으로 측정하면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술을 하는 이유는?

    생존본능

    약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경, 색깔, 장면 등 그림들과 관련된 요소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통계대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실험결과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과 초록색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배경으로는 물이 있는 야외, 좋아하는 장면은 편안하게 쉬고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좀 더 확대해서 14개의 나라에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결과 파란 하늘과 먹거리가 풍족한 물가,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지킬 수 있는 곳이 있는 이미지들을 선택했습니다. 나라도 인종도 모두 달랐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들은 비슷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의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 때문에 아름답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성 선택

    우리에게 남아있는 마음과 행동들은 오래된 진화적 기원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아한다면 그에 따른 이유가 있습니다. 

    찰스다윈은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개체가 선택되어 자손을 남긴다는 자연선택설을 주장한 다윈에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습니다. 이는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연의 수 많은 아름다움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윈은 단순하게 아름다움이 짝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작의 꼬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실 공작의 아름다운 꼬리는 생존을 위해서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만약 포식자에게 쫓기게 되더라도 크고 무거운 꼬리 때문에 달아나기도 힘듭니다. 살아남는데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화려한 장식들이 짝짓기를 위한 구애경쟁에서는 오히려 유용하다는 핸디캡 원리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그 생명체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줍니다. 짝짓기에서 아름다움은 '나는 건강하고 내 몸과 뇌가 잘 작동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나는 짝찟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수컷 바우어새는 꽃이나 조개껍질, 조약돌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수집합니다. 암컷을 유혹할 만한 것들을 모두 모아서 둥지를 장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몸을 풀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암컷을 유혹합니다. 이 모든 것은 짝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입니다. 다윈의 두 번째 진화이론 성 선택설입니다. 

    예술의 기원이 성선택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그렇다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본능은 아마도 성선택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전통적인 다윈의 해석은 수컷이 구애를 하고 암컷은 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프리 밀러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한 명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한 명과 관계를 맺을 때는 양쪽 모두가 까다롭게 선택합니다. 따라서 여성 역시도 창의성을 나타냅니다. 남녀 모두가 재능과 창의성을 상대에게 보이려 애쓰는 것입니다. 성선택을 통해 예술이 발달했다는 것은 예술이 정말 중요했다는 겁니다. 특히 선사시대에는 가장 중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정교한 예술을 추구하게 되었을까요? 인간의 뇌는 이전에 비해 점점 커져 이전의 크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뇌가 더욱 정교해짐에 따라 인간은 개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복잡한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대의 몸 뿐 아니라 행동과 언어, 창의성을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제프리 밀러에 따르면 예술의 핵심은 '한 뇌가 다른 뇌에게 주는 인지적 선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연의 새들에게 아름다운 깃털이 있다면 현대의 우리들은 바로 언어가 있습니다. 언어를 다루는 최고의 예술, 바로 시입니다. 

    시의 구조는 일정한 운율과 리듬이 있어야 하고 각 행에 운을 맞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를 짓는 것이 지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전 아이큐 검사가 없던 시절에는 시를 짓는 것은 바로 최고의 지능 검사였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약 6만개의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소통에는 800~1000개의 기본 어휘만 알더라도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59000개는 왜 필요할까요? 대부분은 같은 내용을 뽐내며 복잡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어휘력이 좋은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가적인 어휘의 대부분은 지능 과시를 위한 것입니다. 이는 공작의 꼬리와 같은 것입니다. 

    예술사를 살펴보더라도 창의성과 예술, 섹슈얼리티는 함께 섞여 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매혹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경우는 자녀가 30~4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의 경우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기로 유명했습니다. 실제 화가들의 외형적인 것만 봤을 때는 인상적이지도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도 그 근원에는 짝을 유혹하고 선택받으려는 모든 생명체의 근본적인 욕망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왜 인간은 예술적인 존재가 되었는가?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아름답고 창의적인 예술로 표현하는 특별한 종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렇게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우리 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뇌 전체가 두루 활발하게 연결됩니다. 실제로 뇌 영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영역까지도 활성화 됩니다. 따라서 예술가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연결하는 수 많은 시도로 탄생합니다. 

    왜 인간은 예술적인 존재가 되었냐는 질문에 신경 생리학자 에릭캔들은 인간의 뇌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봐줄 때 작품은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감상은 굉장히 중요하고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몫'이 있고 그것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몫'이 있는 것입니다. 감상하는 사람이 없다면 예술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감상자의 몫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추상 미술에 힌트가 있다고 합니다. 추상 미술을 보면 도대체 뭘 그린 걸까 생각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커다란 캠퍼스 위에 형태도 없이 선이나 면만을 그려놓은 작품들도 있습니다. 현대미술 중에는 난해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보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오는데 왜 이러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에릭캔들 교수는 작품의 표현이 모호할수록 해석은 더 흥미로워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감상자는 캔버스에 그려진 이미지를 보고 자신의 뇌에서 그것을 재창조합니다. 우리는 같은 예술 작품을 보더라도 각자 다르게 보고 해석합니다. 이어서 그는 예술작품을 볼 때 자신의 상상력을 이용하면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감상자 자신이 마치 예술가가 된 것처럼 만족스럽고 자유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감상할 때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뇌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우리의 뇌는 창작을 할 때만큼이나 감상할 때 역시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것도 뛰어난 능력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는 좋은 음악이나 좋은 그림을 볼 때 도파민을 분비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더 뛰어난 예술을 적극적으로 찾고 발견할 수 있도록 뇌에서 상을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술은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기쁨을 감상자에게는 감상의 즐거움을 주고 받으며 순간의 기쁨 뿐 아니라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을 발전했습니다.

    세상과 나를 잇는 예술의 힘

    과학자들은 마음의 울림마저도 뇌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자 에드워드 베슬은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영역이 있다고 합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것은 우리가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작동하는 뇌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일을 하게 되면 테스크 포시티브 네트워크(Task Positive Network)가 작동하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잠잠해지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모두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직 특별한 경우에만 동시에 작동되는데 예술에 감동받는 순간이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미술 작품에 감동 받는 순간의 뇌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두가지 모드가 동시에 연결됐다고 합니다. 즉 나의 내면이 외부의 세상과 연결되는 특별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내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품과 나, 세상과 자아가 하나가 되는 일종의 물아일체의 경험을 우리가 뇌 영상장치를 통해 관찰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음악이나 예술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경험들은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뇌과학자 에드워드 베슬은 예술에 참여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핵심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세상을 이해하는 기쁨을 얻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모든 인류를 연결하는 특별한 기술이 되었는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본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류학자 조지프 헨리는 인간은 다른 유인원이나 침팬지와는 다르게 문화를 배우는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사실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구를 만드는데 뛰어나지 않은 종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을 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 이런 특징을 가진 동물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술도 이러한 특징 중 하나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술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함께 음악을 즐기고 노래를 부르며 단단하게 연결됩니다. 개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집단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면 인간의 발전과 문화적 진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위대한 예술과 문화는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공감하고 배우는 여러 개인들의 관계 속에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관계들이 세대를 넘어 누적되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결론

    예술의 시작은 아름다움에서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자신의 유전자를 뽐내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에게 있는 이러한 욕망을 통해 인류는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감동받으며 연결되는 예술적 경험의 네트워크를 이루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축적되어 우리는 이토록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소통하는 놀라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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